오세훈 시장, 고령사회 대비 벤치 확충 주문…국제 디자인상 수상 시설부터 골목·경사로 쉼터까지 확대
전병열 기자 chairman@newsone.co.kr
서울시가 시민들이 걷다가 언제든 쉬어갈 수 있도록 시내 곳곳에 벤치와 휴식공간을 늘린다. 공원과 광장뿐 아니라 좁은 골목과 경사로에도 앉거나 몸을 기댈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해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일상 속 휴식과 이웃 간 소통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간부회의에서 벤치와 그늘막 등 휴식공간 확충을 주문하며 “시민들이 걷다가 편히 쉴 수 있는 벤치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사회에 대비해 서울 곳곳에 벤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공간별 특성과 이용자 수요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펀(FUN)디자인’과 ‘외로움 없는 서울’의 철학을 휴식공간에 접목할 것을 당부했다. 단순히 앉아서 쉬는 시설을 넘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소통하고 도시의 매력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자치구와 협력해 벤치 보급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서울시는 그동안 벤치와 그늘막 등 일상적인 시설물에 창의적인 형태와 색채를 적용하는 펀디자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시민들이 가까운 공원과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디자인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물의 기능과 외형을 함께 개선하는 방식이다.
2021년에는 여의도한강공원에 그늘막 ‘구름막’을 설치했고, 2022~2023년에는 ‘소울 드롭스(Soul Drops)’ 벤치를 개발해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여의도한강공원에 모두 107개를 설치했다. 소울 드롭스는 2023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디자인 부문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각각 본상을 받았다.
벤치 디자인도 설치 장소와 이용자 특성에 맞춰 다양화하고 있다. 2024년에는 색상과 크기를 바꿔 적용할 수 있는 벤치 8종, 27개 유형을 공개했다. 공공공간에서 시작한 펀디자인을 민간 주거공간으로 확산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서울 내 13개 주택건설 사업지에 관련 시설물을 도입하기로 했다.
휴식과 놀이를 결합한 야외 시설도 선보였다. 2024년 뚝섬한강공원에 설치한 ‘하늘하늘’에 이어 2025년 서울광장에 공개한 ‘한들한들’은 누워 쉬거나 부드럽게 회전하면서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들한들은 2026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으며, 서울숲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도 설치됐다. 서울숲에는 넓은 차양과 의자를 갖춰 그늘에서 쉬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하늘펀 파빌리온’도 마련됐다.
서울시는 공원과 광장을 넘어 시민들이 매일 오가는 골목과 경사로에도 휴식공간을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8월 발표한 ‘서울 그늘보행권 선언’과 9월 공개한 ‘생활가로 내 그늘·쉼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이 그 일환이다. 어르신 등 보행약자가 집에서 생활거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걸어서 5분 이내마다 잠시 앉거나 기댈 수 있는 ‘쉼 징검다리’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시장, 병원, 복지시설로 이어지는 길과 경사로 등 보행약자의 이용이 많은 구간을 우선 검토해 2027년 6월까지 10개 이상 노선에 ‘5분 보행쉼터망’을 시범 조성할 계획이다.
쉼터는 보도 폭과 차량 통행량, 주변 시설 등 현장 여건에 맞춰 설치한다. 좁은 보도에는 접이식 벤치나 건물·옹벽에 붙이는 벽면형 벤치, 잠시 몸을 기댈 수 있는 시설을 적용해 보행공간과 휴식공간을 함께 확보할 방침이다. 도로 모서리와 노상주차장 주변의 자투리 공간도 활용하고, 가로수나 화단에 앉음 시설과 차양을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공간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는 보행자우선도로를 활용할 계획이다.
일부 구간에는 휴식뿐 아니라 여가와 운동, 소통 기능을 더한 ‘보행쉼마당’도 조성한다. 산책로나 러닝 동선에는 스트레칭 기구와 휴식공간을 함께 배치하고, 수변에는 물길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형 쉼터를 마련한다. 주변 마을마당과 소규모 공원도 연결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도시의 품격은 거창한 건축물뿐 아니라 시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벤치 하나, 쉼터 하나의 디자인에서도 달라진다”며 “단순히 앉는 시설을 넘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쉬고, 서로 소통하며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구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 벤치 보급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시민의 편의는 물론 도시의 품격까지 높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