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논단 ㅣ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의 바이오필릭시티 개념의 적용과 실현

논단 ㅣ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의 바이오필릭시티 개념의 적용과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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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개요 | Project Data
지난 다섯 번의 연재에서 우리는 부산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의 법적 요건과 조성 과정, 정체성과 지구 설정, 을숙도 북단·남단의 상세 기본구상,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의 ‘블루카본’ 저장고로서의 가치를 차례로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그 모든 구상을 하나로 꿰는 설계 철학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바이오필릭 시티 디자인(biophilic city design)’ — 인간과 자연을 다시 잇는 생명도시 설계의 언어이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전체 조감도

왜 바이오필릭인가 – 하구도시 부산의 공원이 던지는 질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1984년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곧 인간이 생명과 자연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성향을 제시했다. 이후 스티븐 켈러트와 빌 브라우닝 등은 이 본능을 공간 설계로 구현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발전시켰다. 핵심은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체험하고 관계 맺는 환경’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낙동강하구는 이 철학을 시험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무대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이자 람사르 등록습지,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이면서, 동시에 350만 부산시민의 생활권 한가운데 있다. 도시와 원생(原生)의 하구가 맞닿는 이 기수역(汽水域)에서, 국가도시공원은 ‘보전이냐 이용이냐’의 오랜 이분법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번성하는 제3의 길을 모색한다. 우리가 앞선 구상에서 강조한 ‘보전(保全)’ — 보호와 보존의 중간에서 긍정적 인위적 간섭을 허용하는 입장 — 은 바로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대상지의 바이오필릭 잠재력 – 을숙도와 맥도생태공원
대상지는 사하구 을숙도 생태공원과 강서구 맥도 생태공원 일원의 약 250만 평으로, 2016년 국가도시공원 법률 제정으로 마련된 근거 위에 공원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고시되며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두 섬은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하나의 공원을 이룬다 – 맥도는 인접 도시와 긴밀히 연계되는 ‘도시와의 연계’와 ‘원생의 하구 환경’을, 을숙도는 ‘강문화의 존중·기념’과 ‘철새들의 공간’을 담당한다.

국가도시공원의 정체성 — 맥도(도시 연계+원생 하구)와 을숙도(강문화+철새의 공간)의 결합.

기수역, 하구, 자연환경, 문화자원이라는 네 가지 자산이 ‘하나의 공원, 국가도시공원으로서의 정체성’으로 수렴한다. 이 정체성 자체가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말하는 ‘장소의 고유한 자연성(sense of place)’의 토대가 된다.

바이오필릭 패턴의 적용 틀 – 14패턴을 공원 요소로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흔히 브라우닝 등(2014)의 ‘14가지 패턴’으로 정리된다.

바이오필릭 디자인 14패턴의 적용 틀 –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이들은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첫째 ‘자연 속의 공간(Nature in the Space)’은 물 · 빛 · 생물계와의 직접적 연결이며, 둘째 ‘자연의 유사(Natural Analogues)’는 생물형태 · 자연 재료 · 복잡성과 질서 같은 간접적 환기이고, 셋째 ‘공간의 본성(Nature of the Space)’은 전망(prospect) · 은신(refuge) · 신비(mystery)처럼 인간이 자연 공간에서 느끼는 심리적 구조다.

이 틀을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의 기본구상 요소에 대응시키면, 우리가 제안해 온 시설과 경관이 결코 단편적이지 않음이 드러난다. 기수역과 습지는 ‘물의 존재’를, 조석과 계절 · 블루카본 순환은 ‘자연계와의 연결’을, 전망노대와 을숙도대교 전망대는 ‘전망’을, 조류관찰소(bird hide)와 숲속 망루는 ‘은신’을, 굽이치는 탐방로는 ‘신비’를 구현한다.

자연 속의 공간 – 물·생물계·빛과의 직접적 연결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첫 범주는 자연과의 가장 직접적인 연결이다. 낙동강하구에서 그 중심은 단연 ‘물’과 ‘습지’다.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연구팀의 측정에 따르면, 을숙도 생태공원은 2024년 한 해 총 1,666.0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으며 단위면적당 6.43톤 CO₂/ha에 이른다. 특히 약 177만 ㎡의 습지 식생이 603.06톤(전체의 36.1%)을 흡수해 가장 효율적인 ‘탄소 금고’로 기능한다. 습지 토양은 산림(헥타르당 약 100톤)을 훨씬 웃도는 최대 1,000톤 이상의 탄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한다.

해안생태계의 블루카본 저장 모식 — 염습지·갯벌·잘피림의 탄소 유입과 저장.

이 ‘자연계와의 연결’은 추상적 수치가 아니라 구체적 생태로 체험된다. 을숙도에는 2024년 기준 661종의 식물이 분포하며, 갈대·부들·줄풀과 가시연·마름 같은 수생식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탄소를 저장한다. 무엇보다 겨울철새 큰고니의 주요 먹이원인 ‘새섬매자기’의 생육 조건 – 만조 시 수심 20cm 내외, 간조 시 갯벌 진흙 토심 15~30cm — 을 충족하도록 습지교목에서 갯벌·개방수면에 이르는 표고 그라데이션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이는 ‘복잡성과 질서’ 그리고 ‘비리듬적 감각 자극(철새의 군무)’을 동시에 빚어내는 바이오필릭 경관이다.

큰고니 주요 먹이원 ‘새섬매자기’ 확보를 위한 서식지 표고 그라데이션 단면

그리고 ‘동적·확산광’ – 갈대밭에 번지는 일몰과 수면의 반사광은, 하구 경관이 시간에 따라 변주되는 가장 서정적인 바이오필릭 순간을 만든다.

세 번째 범주 ‘공간의 본성’은 인간이 자연 공간에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심리 구조를 다룬다. 을숙도 남단 구상은 이 패턴들의 집약체다. 회복의 숲(천이지역)과 숲 관찰 산책로, 갈대 언덕과 사구정원 · 나비정원 · 수생식물정원이 ‘자연 재료’와 ‘생물형태’를 직조하고, 메모리얼 힐과 전망노대, 을숙도대교 전망대는 ‘전망(prospect)’을, 조류관찰소와 숲속 탐험 망루는 ‘은신(refuge)’을 제공한다. 굽이치며 이어지는 탐방로는 ‘신비(mystery)’를, 수변 데크와 랜드마크 보행교는 적절한 ‘위험 · 모험(risk/peril)’의 긴장을 더한다.

을숙도 습지공원 리노베이션 — 일몰의 기수역 습지와 탐방 경관.

탐방로는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기수역 연못 서식환경 개선’과 ‘기수역 습지·모래톱 복원’의 경계를 따라 자연을 학습하는 길로 설계된다. 숲과 습지를 통과하는 이 길 위에서 방문객은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그 일부가 되는 몰입을 경험한다 –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지향하는 회복(restorative) 환경의 핵심이다.

을숙도 남단 조성 예시도 — 전망·은신·신비를 직조한 정원과 서식지의 네트워크.

한편 을숙도 북단의 핵심이용 거점은 ‘도시와 자연의 연결’을 물리적으로 구현한다. 경전철 정류장과 국가도시공원센터를 중심으로, 파크스트릿(중심가로)을 따라 랜드마크 보행교로 돌아오는 하나의 ‘코어 루프’가 청소년·체험, 스포츠, 문화·교육의 세 클러스터를 엮는다. 부산현대미술관 · 국립자연유산원 ·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이 루프 위에서 자연과 문화를 매개한다.

을숙도 습지공원의 생태교육 탐방 — 숲과 습지를 잇는 회복적 체험 경관.
을숙도 핵심거점 — 공원센터·파크스트릿·랜드마크 보행교를 잇는 코어 루프.

보전 – 이용의 그라데이션 – 바이오필릭 도시를 향하여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개별 공간에 머물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될 때, 비로소 ‘바이오필릭 시티(biophilic city)’가 된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의 지구 설정은 그 공간적 장치다. 핵심이용지구(문화·체육·기후 클러스터), 거점형 이용지구(일상형 도시공원), 기능형 보전지구(교육·체험형/서식지 확장형), 제한형 보전지구(탐방형·예약형·핵심보전)의 4단계는, 인간의 적극적 이용에서 야생의 소극적 보전에 이르는 연속적 ‘전망–은신’의 그라데이션을 이룬다.

이 그라데이션은 생태적 민감도와 생물종 다양성 지수에 따라 정교하게 배치되어, 사람의 활동과 철새의 서식이 충돌 대신 공존하도록 조율한다. 도시민은 거점에서 일상의 여가를 누리고, 그 너머의 핵심보전지구는 학술조사와 서식지 관리를 위해 제한적으로만 열린다 –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강조하는 ‘접근과 보호의 균형’이다.

글 맺으며…

바이오필릭 국가도시공원의 실현에는 그것을 운영하고 연구하는 거점이 필요하다. 경전철역·통합주차장에 인접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센터는 방문의 시·종점이자 안내·교육·체험·문화의 통합 거점으로, 동시에 국가 차원의 도시공원 정책 통합관리와 국제협력(EAAF 파트너십·람사르), 하구생태계 연구개발의 플랫폼으로 구상된다. 을숙도가 객토장·쓰레기매립지였던 황무지에서 2004년 복원을 시작해 20년 만에 661종이 깃든 생태 보고로 되살아난 경험은, ‘적극적·과학적 관리가 자연 방임보다 30~50% 높은 탄소 흡수 증가율을 보였다’는 사실과 함께, 이곳이 단순한 보호구역이 아니라 적극적 연구·관리가 이루어지는 ‘스마트 생태공원’이어야 함을 말해 준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자연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도시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인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은 철새와 갈대, 조석과 일몰, 블루카본과 기수역이라는 하구 고유의 자연을 시민의 일상에 직조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2027년 국가도시공원 지정과 함께 을숙도 습지가 연간 1,666톤의 탄소를 저장하는 국가적 자산으로 확정된다면,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바이오필릭 국가도시공원’으로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번성하는 미래의 원형이 될 것이다. 강과 생명, 문화가 공존하는 그 공원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연과 다시 연결된다.

│ SIDE NOTE | 바이오필릭 국가도시공원의 실현을 위한 다섯 과제
① 체계적 모니터링 ─ 식생·토양탄소·수질·생물종 변화를 연중 실시간 추적하는  리빙랩 체계.
② 기후변화 적응 전략 ─ 해수면 상승·강수패턴 변화에 따른 습지 식생과 탄소 저장 시나리오 대응.
③ 블루카본 인증·탄소배출권 연계 ─ 생태 보전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선순환 구조.
④ 협력 거버넌스 ─ 정부·지자체·연구기관·시민단체·주민이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관리.
⑤ 바이오필릭 체험 프로그램 ─ 철새 관찰·습지 체험·시민과학으로 ‘자연과의 연결’을 일상화.

글 I 양 건 석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