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시공원 다운스뷰 파크(Downsview Park), ‘국립 도시공원이 곧 도시’라는 25년의 실험

다운스뷰 파크(Downsview Park), ‘국립 도시공원이 곧 도시’라는 25년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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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필드 군(軍)비행장에서 도시를 품은 공원으로

토론토는 도심 한복판의 군 비행장을 ‘캐나다 최초의 국립 도시공원’으로 바꾸려 했다. 렘 콜하스의 급진적 다이어그램에서 출발해, 자립형 거버넌스와 그린 인프라를 거쳐, 지금은 활주로 위에 새로운 도시를 키우는 단계로 나아간다. 한 도시공원의 사반세기를 조경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글 I 손예진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 공동대표

도시는 늘 새로운 빈 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성숙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수십 헥타르의 녹지를 새로 확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세계의 ‘라지파크(large park)’ 대부분은 버려진 땅에서 태어난다. 매립지, 철도 조차장, 폐(廢) 산업단지, 그리고 도심을 떠난 군(軍) 시설의 이적지(移籍地)가 그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다운스뷰 파크는 그중에서도 도심 군 비행장 이적지의 공원화를 대표하는 사례이자, 공원과 도시의 경계 자체를 다시 묻는 실험으로 세계 조경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프로젝트다.

다움스뷰 군 비핼장의 모습

브라운필드에서 국립 도시공원으로
대지의 시간층은 두텁다. 1830년대 이곳은 보크(Boake) 가문이 일군 농경지였고, 1929년 드 하빌랜드(de Havilland) 항공사가 조립공장과 활주로를 놓으면서 항공 산업의 무대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기에는 캐나다 공군(RCAF)의 주요 기지가 되었고, 1952년 국방부가 부지를 인수해 병영과 본부·정비시설을 갖춘 토론토 공군기지(CFB Toronto)로 확장했다. 처음엔 도시의 변두리였으나, 토론토의 팽창이 기지를 삼키면서 기지는 1990년대 중반 폐쇄 수순을 밟는다.

1994–1996년 연방정부는 기지 폐쇄를 공식화하고 이 땅을 공공적 용도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999년, 캐나다 정부는 이곳을 ‘캐나다 최초의 국립 도시공원(national urban park)’으로 조성하겠다고 천명한다. 단순한 근린공원이 아니라 국가적 상징성을 지닌 도시공원을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입지는 이 공원의 성격을 규정한다.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12 km 떨어진 노스욕에 자리하며, 19세기부터 운영된 철도가 대상지를 가로지르고 남측으로는 401번 고속도로가 지난다. 동·서·남측은 중밀도 주거지가, 북측은 경공업·상업시설이 에워싼다. 무엇보다 지하철 연장으로 다운스뷰 파크역 등 대중교통 결절이 공원에 직접 닿는다 — 라지파크가 ‘도시 속 섬’이 아니라 일상의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한 결정적 전제다.

다운스뷰 공원시공 모습

TREE CITY : 설계공모와 ‘제조된 자연’의 철학
공원의 밑그림은 공모(公募)로 그려졌다. 1999/2000년 국제설계경기에는 22개국 179개 팀이 참여했고, 1차로 5개 팀이 선정된 뒤 2000년 5월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와 Bruce Mau Design, Oleson Worland, Inside/Outside 팀의 〈나무 도시(Tree City)〉가 최종 당선했다(이후 뉴욕 밴 알렌 인스티튜트 전시). 〈Tree City〉의 급진성은 ‘완성된 형태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신 공원이 스스로 진화할 ‘전략’을 설계했다. 핵심 명제는 단순하고도 도발적이다 — 도시가 곧 공원이고, 공원이 곧 도시다. 콜하스에게 이 공원의 자연은 원시 상태로의 복원이 아니라 도시와 소통하기 위해 ‘제조된(manufactured)’ 자연, 곧 100% 인공이면서 동시에 100% 자연인 문화적 경관이었다.

이 전략은 여섯 가지로 구체화된다 — ①공원 성장시키기(씨앗을 뿌려 단계적으로 키운다), ②자연 제조하기, ③1000개의 소로(공원 전체를 그물처럼 엮고 1000개의 출입구로 도시와 잇는다), ④희생과 구원(건축을 절제해 경관 인프라에 재원을 돌린다), ⑤문화 돌보기, ⑥목적지와 분산. 추상화된 원형 나무 군락이 점진적으로 증식하며 토론토의 녹지망과 연결되는 이 다이어그램은, 같은 시기 부상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 담론의 교과서적 사례로 인용된다. 설계는 토양 정비(1단계)→소로 네트워크(2단계)→전체 면적의 약 25%에 수관(樹冠) 매트릭스 확보(3단계)로 이어지는 시간표를 재정(財政)과 맞물려 제시했다. 마스파플랜의 완성 되기까지의 일정을 살펴보면, 다만 실무의 관점에서 반드시 덧붙일 대목이 있다.

실제 조성된 공원은 〈Tree City〉의 군락 다이어그램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훨씬 온건하고 관습적인 모습으로 귀결되었다. 예산과 단계화, 거버넌스, 그리고 한동안 존속한 비행장이라는 현실이 급진적 개념을 누그러뜨렸다. 비전 가득한 공모 당선안과 실현된 장소 사이의 이 간극이야말로, 대규모 공원이 ‘그려지는 것’과 ‘지어지는 것’ 사이에서 늘 마주하는 본질적 교훈이다.

공원 배치도

국립 도시공원의 실현 : 공원의 공간 구성
오늘의 다운스뷰 파크는 약 118 ha 규모로, 다이어그램의 추상성 대신 또렷한 경관 영역들로 짜여 있다. 공원의 심장은 약 9에이커의 인공 호수다. 호수 북동편의 보크스 그로브(Boake’s Grove)는 1830년대 농가에서 비롯된 은단풍·호두나무 잔존 수림으로, 도심 속 숲 오아시스로 사랑받는다. 남서측에는 약 1 ha·400그루 규모의 과수원과,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도시농장(약 4 ha)이 자리한다. 여기에 장초원(tallgrass prairie)과 초지, 조망점이 되는 인공 둔덕 ‘마운드’, 호수를 두르는 3 km 순환 트레일이 더해진다.

프로그램 시설도 풍부하다. 대형 행사를 여는 페스티벌 테라스, 항공기를 모티프로 한 놀이터(2017), 반려견 공원 ‘독스뷰(Dogsview)’, 그리고 미시소가스 오브 더 크레딧 원주민과 초기 농경 가문, 드 하빌랜드 항공의 역사를 함께 기리는 세스퀴 트레일(Sesqui Trail, 2019)이 들어섰다. 환경교육 거점인 디스커버리 센터는 매년 수천 명의 현장학습을 받아들이며, 통합 사인·길찾기 체계가 공원을 네 권역으로 안내한다.

활주로 시절을 증언하듯 기둥 위에 올린 두 대의 항공기는, 이 땅의 기억을 경관 안에 박제한 작은 헤리티지 장치다. 특히 주목할 것은 호수가 단순한 수경(水景)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수는 부지의 빗물을 모아 정화한 뒤 블랙 크릭(Black Creek)으로 방류하는 수(水)처리 체계의 마지막 단계로 설계되었다. 완만한 지형 조성으로 우수의 흐름을 늦추고, 식생 수로를 거쳐 호수에서 저류·정화한 뒤 자연 방류하는 일련의 과정은 ‘경관이 곧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임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자립형 운영 – 토지가치를 공원에 되돌리는 모델
다운스뷰 모델의 진짜 혁신은 경관이 아니라 ‘운영 방식’에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1990년대 말 설립된 연방 크라운기업 파크 다운스뷰 파크(PDP)는 ‘재정 자립’을 의무로 부여받았다. 전체 부지를 약 60%의 녹지·오픈스페이스와 40%의 복합개발로 배분하고, 후자에서 발생하는 부지 임대수익·합작사업·후원·시설이용료·프로그램 수익으로 공원의 조성과 관리를 떠받치는 교차보조(cross-subsidy) 구조다.

주민의 세금에 기대지 않고, 공원이 만들어내는 토지가치 상승분을 다시 공원에 재투자한다는 발상이다. 현재 운영은 연방 크라운기업 캐나다 랜드 컴퍼니(Canada Lands Company)가 맡는다. 물론 이 모델은 양날의 검이다. ‘선(先) 재원조달, 후(後) 점진 개발’ 원칙은 공원의 완성을 끝없이 미루는 한편, 개발 압력과 공공성 사이의 긴장을 상시화한다. 그럼에도 ‘자립형 대형 공원’이라는 실험은, 매년의 예산 편성에 운명을 맡겨온 전통적 공공공원과는 분명히 다른 지속가능성의 경로를 제시했다.

다운스뷰 공원 모습

오늘의 다운스뷰 국립도시공원 – 이용 프로그램과 공원 활성화
개념의 급진성과 별개로, 다운스뷰 파크는 ‘실제로 잘 쓰이는’ 공원이다. 옛 보급창(1951년 건립된 방호 건물) 자리인 칼 홀 로드 40번지의 머천츠·파머스 마켓은 500곳이 넘는 상인과 농산물 판매대, 국제 푸드코트가 어우러진 온타리오 최대급 주말시장으로, 공원을 일상 생활권의 거점으로 만드는 닻 역할을 한다.

열린 잔디밭과 페스티벌 테라스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 캐나다 데이 행사와 불꽃놀이, 야외 영화, 음식 축제의 무대가 된다. 입주 시설의 활력도 상당하다 — 아이스하키 아레나, 토론토 FC의 훈련 구장(BMO 트레이닝 그라운드), 종합 스포츠 콤플렉스가 사철 사람을 불러 모은다.

디스커버리 센터의 교과 연계 현장학습은 환경교육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5년에는 옛 활주로 위에 대형 야외 공연장 ‘로저스 스타디움(Rogers Stadium)’이 문을 열어, 공연 관람객에게 공연 후 무료 대중교통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이용층을 끌어들였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직선의 활주로가 군중이 모이는 무대로 전환된 장면은, ‘이적지의 재해석’이라는 이 공원의 주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글 맺으며
다운스뷰의 사반세기는, 도심 공원을 ‘그리는 일’과 ‘짓는 일’이 얼마나 다른 과업인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빛나는 다이어그램도 거버넌스와 재원이라는 현실을 통과하지 못하면 장소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동시에, 단계적이고 개방적인 설계 전략과 자립형 운영, 그리고 그린 인프라로서의 경관관(觀)이 결합할 때, 군 비행장이라는 가장 ‘비(非)자연적’인 땅도 도시의 녹색 심장으로 자라날 수 있음을 이 공원은 증명했다. 비전과 실현 사이의 먼 거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 라지파크 시대를 막 여는 우리에게 다운스뷰가 던지는 가장 묵직한 질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