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시공원 조성, 조경업계가 주도적 역할 해야”
– 사람과 자연, 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 국토부에서 평가 기준과 주체를 명확히 제시해야
전병열 기자 chairman@newsone.co.kr
“저 교각을 가리기 위해 목재 펜스를 설치했고, 교각 아래 단차는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서초구가 조성한 집라인은 ‘서울에서 가장 긴 집라인’으로 알려져 있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자연을 심고 가꾸며,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는 일. 그것이 바로 조경입니다. 조경은 단순히 도시 속에 자연을 들여놓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삶과 문화를 담아낼 공간을 제공하고, 결국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희 한국조경협회장은 조경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한국조경협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라는 수식어보다 그는 자신을 “조경이 천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5월, 양재천 변에 자리한 한울림조경설계사무소에서 만난 남 회장은 조경이 도시와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도시 최초의 생태하천 복원 사례로 꼽히는 양재천은 그가 말하는 ‘조경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한국조경협회장 집무실보다 더 적합한 인터뷰 장소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협회장께서 생각하시는 조경의 의미는
“제가 조경학과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곤란했던 질문이 ‘자네는 조경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였습니다. 저는 늘 가장 쉽게 설명하곤 합니다. 조경은 경관을 만들고 경치를 조성하는 일이라고요. 조경이 없다면 도시는 삭막해지고, 생물들이 서식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저는 조경이 이러한 공간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물과 생태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조경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취임사에서 조경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셨던데
“여기 밖에 보시면 양재천 보이잖아요. 사실 이곳은 예전에는 나무만 있던 단순한 공간이었습니다. 직강화된 하천이었는데, 생태 복원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 생태 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거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생물보다 사람이 더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산책로와 데크, 휴식 공간이 생기면서 상가도 활기를 띠고, 최근에는 ‘연인들의 거리’로 불릴 만큼 문화적 공간으로 발전했어요.
도곡동부터 이어지는 양재천은 도시가 발전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자연을 찾게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녹지대였던 곳이 조경을 통해 산책로와 쉼터로 바뀌었고, 사람들이 운동하고 휴식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죠. 그 결과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고, 문화 활동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경은 단순히 자연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나아가 문화적 공간으로 확장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입니다. 양재천만 봐도 알 수 있듯, 조경은 도시와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카페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붐비는 걸 보면, 조경이 얼마나 큰 사회적 역할을 하는지 실감합니다.
저는 그래서 조경이 단순히 경관을 조성하는 분야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연과 문화를 함께 제공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사회적 책임을 지닌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남 회장은 자신의 회사가 지역사회에 더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를 위한 놀이·휴식 공간을 조성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다리 아래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는데 지금은 지역의 명소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한 조경설계사로서 양재천 일대를 바라보며 시민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경이 일반 건설과 다른 점은
“사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일반 건설에서도 만듭니다. 건축은 건물을 짓고 내부 공간을 구성하고, 도시계획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설계하죠. 하지만 조경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활동하며 공간 자체를 변화시켜 가도록 하는 것이 조경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경은 사람들의 행태와 심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경험을 할지를 고려해 계획하고 조성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계획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경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활동하고, 그 활동이 다시 공간을 변화시킵니다. 저는 이것이 조경만의 고유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한국조경협회의 주요 역할은
“우리 협회는 무엇보다 회원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동시에 회원 간 정보 교류와 친목 도모, 타 단체와의 관계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조경 분야 안에는 다양한 세부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여러 단체들도 활동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조경사학회, 조경설계업협의회, 조경가협회 같은 전문 단체들이 있고, 놀이시설물 협동조합이나 시공 분야 모임, 엔지니어링 협회 등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단체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을 아우르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조경협회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최초의 조경 협회장으로서의 소감은
“여성 최초 협회장이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협회장의 역할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건 없죠.
사실 우리 조경계는 여성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체적으로 약 50%에 달하고, 특히 생태 복원 분야에서는 기술사 중 여성 비율이 더 높습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설계 사무실의 여성 비율은 55% 이상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저희 사무실만 해도 여성 인력이 70%를 넘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여성 협회장이 나온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 자격과 회원 확대를 위한 노력은
“현재 회원은 300여 개 기업을 포함해 약 3,000명 정도입니다. 제가 협회장이 된 이후 회원이 크게 늘었는데, 젊은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가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어요. 예를 들어 ‘한마음대축제’ 같은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협회에 가입하는 분위기를 만든 거죠.
사실 조경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은 공식적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이미 협회 회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는 1980년 ‘(사)조경사회’로 출발해 2018년 5월 ‘사단법인 한국조경협회’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초창기에는 조경사나 조경학과 졸업자만 회원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조경을 사랑하고 동조하며 활동하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임기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는 조경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국토부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었고,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정원 관련 사업에도 조경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1~2년 안에 바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충분히 추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회원 간 협력과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에도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마음대축제’를 조경학회와 함께 진행했고, 전국 네 곳의 지방 조경협회와도 활발히 소통했습니다.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협회장으로서 그동안의 대표적인 공적은
“저희 협회는 매년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조경박람회’를 개최합니다. 올해 초에는 ‘국가도시공원 특별전’을 열었는데, 이를 통해 조경가들의 관심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국가도시공원의 필요성과 의미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고, 오늘 열리는 국가도시공원 특별위원회에도 우리 협회 부회장들이 법제분과와 자문단에 참여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1년에 3~4회 정도 세미나를 열어 회원들에게 정책, 최신 기술, AI와 관련된 조경 분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많은 조경가들이 참석해 강의를 듣고 토론하며 교류의 장을 만들었죠.
그리고 ‘한마음대축제’를 통해 조경인들의 모임을 활성화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 직장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취업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업체들도 함께 모여 교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 축제는 조경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협회의 활동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협회장을 맡게 된 계기와 가장 큰 보람은
“저는 여성 최초 협회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조경업계는 여성 비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많지만, 육아와 가정, 회사 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기득권 구조 속에서 여성은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죠. 그래서 여성으로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주변의 권유도 있었으며 협회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싶다는 동기도 있었습니다.
보람을 느낀 부분은 젊은 조경인들의 참여입니다. 예전에는 연세가 많은 분들이 중심이었지만, 요즘은 평균 연령이 45세 정도로 젊어졌습니다. 회원 수가 오랫동안 3,000명 선에서 정체되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젊은 조경인들이 새롭게 가입하고 협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미나나 한마음대축제 같은 행사에도 학생과 젊은 회원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준 것이 제 임기 동안 가장 뜻깊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바라는 점과 조경협회의 역할은
“현재 각 지자체들이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을 제시하지 않아 지자체들이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와 기준이 있어야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데, 지금은 각자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경협회 역시 국가도시공원 지정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지정 요건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평가 기준과 평가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전문가 풀을 구성해 공정하게 심사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지자체들의 불필요한 고생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조경협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협회는 조경인과 조경 기업의 모임이므로 어떤 역할이든 수행할 수 있습니다. 국가도시공원은 결국 조경인들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기에, 협회도 TF팀을 구성해 제도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경학회 국가도시공원특별위원회가 활동 중이지만, 협회 내에서도 법·정책 관련 TF팀을 운영하며 국가도시공원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토부 내 조경직제 신설이나 조경·시설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조경협회가 국가도시공원 지정과 더불어 조경업계 전반의 발전을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국가도시공원 조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는 국가도시공원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되길 바랍니다. 일반적인 도시공원은 시민들이 여가와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지만, 국가도시공원은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이용 공간인 동시에 자연과 생물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국가도시공원이 그런 공존의 가치를 담아내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울림은 어떤 회사인가
“저희 회사 이름은 ‘한울림’입니다. 이름처럼 직원들과 함께 울림을 만들어가는 회사죠. 2009년에 창업해 15년 정도 되었는데, 직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근속한 만큼 함께 회사를 운영한다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공원과 녹지 설계입니다. 지자체와 관련된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도심 녹지 공간 등 공공공간 설계를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며, 전체의 70% 이상이 관급 공사입니다. 현재 조경기술자만 10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원 분야에서는 단순히 설계에 그치지 않고 직접 꽃을 심고 조성까지 진행합니다. 골목에 화분을 배치해 공간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화분에 꽃을 심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정원도 꾸며주고 있습니다. 설계와 시공을 함께 아우르며, 공공성과 생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한울림의 특징입니다.”
남은희 한국조경협회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밀양여고와 동아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진학 당시만 해도 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이후 조경을 자신의 천직으로 여기며 한길을 걸어왔다. 졸업 후 김승환 지도교수의 소개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한울림조경설계사무소를 창업해 현재는 다수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중견 조경설계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조경협회 최초의 여성 회장을 맡아 조경계의 외연 확대와 젊은 인재 유입에 힘써 왔다.
여성으로서 가정과 회사 경영, 협회장 역할까지 병행해 온 그는 “그동안 대외 활동에 집중했던 만큼 앞으로는 회사를 더욱 세심하게 챙기고 싶다”며 “조경을 즐기며 현장에서 계속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